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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04002 이상건축 2004-01 덕원갤러리    2004

덕원갤러리 설계소묘

인사동 네거리 남동쪽 모서리에 '덕원갤러리'가 있다. 6,70년대에는 극동방송국, TBC 방송국으로도 사용된 적이 있는, 지은 지 40년이 넘었다고 알려진 건물이다. 지상5층, 연면적 500평이 넘는, 인사동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로, 오랫동안 1층은 은행으로, 위층은 모두 전시실로 사용되어 왔다. 내게는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작품전시회 품평회를 위하여 두세 차례 하루 종일 머물렀던 기억이 있는 건물이기도 했다.

인사동은 한가운데 구부러진 길을 중심으로 양편에 좁다랗고 곳곳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거리이다. 개화기 이후로 이어오던 골동품 거래의 명목을 겨우 유지하고, 화랑, 전통공예품 판매, 전통음식점이 가득 들어찬 상업과 문화가 뒤섞여 있는 거리이다. 얼마 전 인사동 길 정비로 검은 전벽돌로 바닥이 바뀌고 방문하는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들이 만들어져있다. 덕원갤러리 건물은 인사동보다 종로통에 어울릴 듯한 규모와 외양을 갖고 있었으나 이제 새로 고쳐 인사동에 어울리는 건물로 만들려는 계획을 하게 되었다.
인사동을 찾은 사람의 흐름에 무심한 듯 서있던 모습, 주변에 비해 너무 큰 덩치로 느껴지던 모습은 시민들에게 친근한 느낌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사동의 명소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인사동 길가로 새롭게 들어서거나 고쳐지은 건물들이 그렇듯 첨단의 현대건축을 옮겨놓은 모습으로 인사동의 옛집들을 위축시키는 모습이 되지 않는 방법도 찾아야 하며, 오랫동안 전통거리로 시민의 가슴에 남을 인사동과 우리 문화와 정서를 담아내는 집이 가져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했다. 인사동 길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가 될 이곳에 들어서 인사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집이 되길 많은 시민들이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로에서 올라오며 덕원갤러리 오른편으로 좁은 골목길이 있고, 몇 년 전 고쳐지은 회색 베이스패널 마감, 3층 높이의 공화랑이 있다. 북쪽 면은 삼일로 쪽으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며 바로 옆엔 붉는 벽돌 느낌의 타일로 전면을 감싼 오래된 5층 건물이 있다. 건물은 두세 번 정도 덧 짓거나 혹은 신축 중에 계획이 바뀐 것을 정리가 덜된 채 마무리 한 듯 보였다. 뒤편 건물 출입구 가까이와 중앙에 두개의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고, 길 쪽으로는 오랫동안 은행이 자리 잡은 1층의 출입만이 고려된 건물이었다. 2층 위로는 대관 위주의 화랑으로, 지하는 전통음식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내부구조와 기능간의 어색함과 불편한 시설들로 오히려 지난 시간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오래된 도심의 건물이다.

새롭게 고쳐짓는 작업은 인사동 네거리와 맞닿은 모서리로 사람들이 건물로 드나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5개 층 각각으로 또 옥상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모서리에 엘리베이터를 놓고 건물을 가로질러 작은 골목길을 만들어 건물 오른쪽의 골목으로 이어지도록 하였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건물내부의 골목길 옆에 만들어 수직동선 자체도 언덕의 골목길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계단으로 외부에서 각 층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게 하며 옥상의 야외정원, 옥외카페로 이어지게 하였다. 건물 전면은 2개 층을 잘라내어 오른쪽 공화랑과 비슷한 높이의 3층 건물로 보이게 만들어 낮은 건물이 이어지는 인사동 가로의 느낌이 유지되도록 스케일을 조정하였으며 그 옥상은 옥상까지 올라가는 언덕길 계단의 넉넉한 휴식처로 느껴지는 장소가 될 수 있게 만들었다. 1층, 2층은 인사동 거리와 어울리는 전통 공예품 판매점이 들어가게 될 것이며, 3층, 4층, 5층은 화랑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4층의 옥상정원은 화랑들의 중앙부분에서 휴식과 옥외전시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3,4층은 회화중심의 일상적인 전시공간으로 이용될 것이고, 5층은 다양한 방식의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이벤트와 퍼포먼스의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변화 있는 천정을 만들었다. 내부 마감도 아래층 화랑과 다르게 거친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변화된 천정의 구조로 옥상정원의 언덕 계단길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 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건물 외부마감은 전통사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파기와를 회벽과 함께 쌓아올린 담장과 같이 만들 계획이다. 검은색 기와편들은 인사동 바닥에 사용된 전돌의 색과 질감에서 일치할 것이어서 인사동길의 느낌이 건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재료가 될 것이다. 이 외부 마감은 정면에서 보면 기와 마구리가 이어지는 수평선이 쌓아 올려진 모습으로 모던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옆에서 보거나 사선으로 보면 흰색의 회벽 부분이 돌출된 기와로 가려지는 모습으로 보는 위치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완성한 출판사 사옥인 ‘열림원’ 건물에서 한 번 시도되어 그 가능성을 살펴본 재료이기도 하다. 건물은 계단으로 둘로 나눠지며 드러난 뒤편의 건물의 외피는 수평 목재널의 커튼월로 하여 건물 바깥쪽에 사용된 검은 기와벽과 대조적으로 마치 속살이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이는 서향 빛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며 건물내부에서 인사동길의 전망을 즐길 수 있게 고려된 장치이다.

'덕원갤러리'는 '현암사'로 시작되어 '청담동 일신빌딩', '열림원 사옥'에 이어지는 건물 리노베이션의 연속 작업이다. 모두 이전 건물의 구조가 새롭게 사용될 기능에 적절하지 않아 상당한 조정이 요구된 작업들이었다. 건물이 들어선 주위환경과 어울리도록 고려하고, 기존의 구조가 새로운 기능에 어울리게 만드는 작업은 많은 제약조건들이 있지만 소중한 과거의 기억들을 조심스레 감싸 안으며 우리의 현재 모습과 미래의 삶을 담아내는 집을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당연한 건강함이라 생각된다. 끊임없이 새롭게 드러날 크고 작은 현장의 문제들을 조심스레 해결하며 완성될 덕원갤러리가 인사동을 찾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집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2003.2.11. / 글 권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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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002014 덕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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