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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01005 이상건축 2001-09 연희동공동주택I/II    2001

연희동공동주택 I 설계소묘

대지는 연희동 외국인 학교 뒤편 북사면 언덕의 중턱에 있다. 고저차 5m 정도인 급경사의 대지로 20여년 전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단독주택이 있고 집 주변은 가꾸지 않아 무성하게 잘 자란 풀과 나무로 가득했다. 햇살에 빛나는 주택들이 들어찬 건너 언덕의 능선이 이어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풍치지구에 어울리는 나무와 숲이 들어선 동네는 넉넉했던 단독주택들이 수명을 다하고 작은 공동주택들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급한 경사지, 건폐율 30%라는 조건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여고 동창생 넷이 모여 집을 지으려 하나 3층으로 제한된 건물규모는 꼭 같은 평면을 쌓아 올려 만들어지는 집이 될 수 없었고 네 명의 주인 모두가 특별히 자신만을 위해 배려된 집으로 지어져야 했다. 낮은 건폐율로 만들어지는 외부공간은 분명 네 명의 동창생이 공유하는 장소여야 했고, 마당이 되었다. 3층집의 아래층은 마당과 정원으로 직접 나가고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생각하고 위에 있는 집은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을 집안에 가득 담아내면 네 집 모두 마응에 들어할 것이라 여겨졌다. 삼각형 대지의 두 변을 따라 직각으로 건물을 놓고 건물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부분에 나무 널을 깔은 마당을 만들었다. 급한 경사로 만들어진 지하 한쪽 면이 그대로 외부에 노출되는 세대는 1층과 지하층 양쪽으로 마당과 정원을 가질 수 있는 듀플렉스 타입의 집으로 만들었고 그 위쪽 세대는 2층과 3층, 그리고 옥상 작은 마당에서 언덕을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게 하였다. 언덕길을 따라 길게 뻗은 부분은 2층을 반으로 나눠 1층과 2층 반이 한 세대, 2층 반과 3층, 옥상을 쓸 수 있는 또 한 세대를 넣었다.

A세대는 휘어진 길옆의 공간에 독립적인 입구를 만들 수 있었다. 길과 마당의 높이 차이로 집 밑을 통과하는 입구의 계단으로 공동의 마당에 들어서게 된다. 그 계단의 머리 높이를 확보하기 위하여 잘려나간 부분으로 주인 침실 부분은 더욱 은밀한 장소가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작은 마당과 정원을 가진 식당과 주방이 있고, 오른편으로는 공동마당을 앞에 둔 거실을 놓았다. 공동입구의 계단을 위해 올려진 주인 침실 부분으로 거실은 높은 천장을 갖게 되었다. 식당 앞의 마당, 식당, 거실, 주인침실로 향하는 작은 홀, 주인침실, 주인침실 밖의 발코니는 직선으로 시선과 동선이 이어져 있고 다양한 공간이 겹쳐지는 것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외부공간에서 여러 목소리가 이어지는 내부공간을 지나 다시 외부공간으로 나가게 된다. 특히 주인침실 앞의 홀은 한편은 언덕길로 열려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마당을 내려다보는 기분 좋은 장소가 되며, 2층으로 오르내리는 동선과 만나게 된다. 공동주택 전체 입구에서 올려다 보이는 곳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가벼운 계단이 놓여졌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도 역시 2층 홀과 서재를 통하여 다시 외부로 이어지는 시선과 동선의 흐름이 잘 느껴지도록 하였다. 집의 중요한 동선의 흐름 끝을 외부로 열어놓아 시원하게 시선이 열리면서 그다지 넓지 집안의 공간은 외부로 확장되고, 외부의 자연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2층에는 아이들 방과 서재가 있다. 언덕 쪽으로 만들어진 발코니에서는 나무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서 있는 모습을 보게 하였다.

B세대는 아래층의 한쪽 면이 지하 주차장이 되어 답답할 수 있지만 반대편으로는 언덕의 낮은 쪽의 정원으로 직접 나갈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우뚝 솟은 두 그루의 후박나무 큰 잎들이 서향의 따가운 오후 햇살을 부드럽게 걸러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지하층엔 주인침실, 아이들 방, 작은 거실이 들어갔다. 완전히 지하에 묻힌 주인침실의 욕실에는 1층 정원에 작은 천창을 만들어 부드러운 햇살이 들게 된다. 지하 주차장과 집 사이 부분의 1층을 길게 열어놓았다. 이곳으로 들어온 햇살은 지하주차장에 충분한 채광과 자연환기를 가능하게 만들고, 지하층 작은 거실에 만든 수평으로 길게 열어놓은 고창을 통하여 햇살이 들어오게 된다. 공동마당 한 구석에 만들어 놓은 출입구로 들어서면 거실이 나오고 끝으로는 식당과 부엌이 있다. 공동마당 한 구석의 작은 정원에 직접 면한 곳에 식당이 있다. 식당바닥과 정원의 바닥은 같은 높이로 이어진다. 작은 식당이 정원에 묻혀 있는 느낌이 들도록 ‘ㄷ’자로 열린 창을 달았다.

C세대는 공동마당으로 들어서는 계단을 올라서서 오른 쪽으로 돌아서는 곳에서 다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다. 'ㄱ'자로 된 전체 건물의 꺽여진 부분이다. 계단의 중간부분의 참에서 D세대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고 계단을 다 올라서면 언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같은 발코니를 앞에 두고 출입문이 있다. 2층의 반을 쓰는 부분에 주인 침실을 만들었다. 3층으로 올라서면 시원하게 열려있는 식당과 거실이 한 공간으로 이어져 있는 장소로 이어진다. 동쪽 끝에 아이방과 서재가 있다. 거실은 경사지붕으로 천장이 높게 올려져 있다. 거실과 침실 사이엔 집 속의 집과 같은 욕실이 있어 공간을 나눈다. 낮게 만들어진 욕실 위는 거실의 높은 천장이 이어져 거실이 더욱 넓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A세대와 마찬가지로 부엌 밖의 발코니, 부엌 입구, 거실, 욕실 앞 공간, 서재, 밖으로 열린 창으로 시선과 동선이 이어지게 만들어 내부공간은 외부로 무한히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이는 2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도 이어져 2층의 홀과 그 앞의 발코니로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또한 옥탑으로 넓게 열려진 부분으로도 이어지게 만들었다. 작은 집에서 3개층의 수직으로 연속된 공간이 한 장소에서 느낄 수 있다. 수직으로 열린 곳은 다시 수평으로 길게 뻗은 동선, 시선의 흐름과 교차되며 만난다.

D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비교적 평이한 구성이다. 2층에 거실과 식당, 부엌이 있고 3층엔 주인침실, 두 개의 아이들 방이 있다. 처음 계획안은 B세대와 같이 공동마당 옆 정원 쪽으로 식당을 만들었지만 나중에 작은 방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해 식당은 언덕 아래 풍경을 보게 되는 반대편으로 옮겨졌고, 부엌도 조금 작게 되었다. 거실엔 서쪽의 따가운 햇살을 고려하여 거실 소파에서 앉은 눈 높이에 수평으로 기다란 창을 내고 나머지는 벽으로 하였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나가면 언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발코니를 만들었다. 옥상에 만들어진 데크에서 바라보는 공동마당의 풍경과 언덕아래의 풍경은 참 좋다.

집이 지어지며 대지 위 필지에 또 하나의 공동주택을 짓게 되었다. 가파른 언덕길에 연이어진 대지로 두 대지 모두 삼각형 모양이고 꼭지점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역시 8m 정도의 급한 경사지이고 전면도로에서 깊숙하게 들어가 있었다. 두 대지가 도로와 접한 길이가 80m가 넘었고, 높이차이는 8m나 되었다. 두 독립된 소규모 공동주택은 작지만 이 골목길의 가장 중요한 되며, 길게 연이어 서있을 담장은 가파르게 휘어져 올라가는 언덕길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어낼 것이다. 부담스러운 건물의 높이는 담장으로 어느 정도 부담이 줄여지도록 하였다. 담장은 본 건물과 물리고 건물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외부공간에서 다니는 사람의 눈 높이와 어울리는 높이로 조정하며 몇 개의 조각으로 나눠진 담장은 골목길에 활기를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담장과 건물 아래 부분은 밝은 크림색의 고령토 벽돌을 사용하고, 3층 윗 부분 벽에는 벽돌과 유사한 색상의 드라비트 뿜칠로 마감하고, 벽돌줄눈은 드라이비트에 사용한 색으로 하였다. 벽돌과 드라이비트가 서로 내밀하게 물려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북사면에 지어진 집에 어떻게 채광이 충분히 확보될 것인지 걱정되었지만 공동마당을 만들며 확보된 언덕과의 거리로 넉넉한 햇살이 집안 곳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연희동공동주택II 설계소묘

'연희동 공동주택-1'을 지으면서 바로 위 땅에 또 하나의 작은 공동주택을 설계하게 되었다. 연희동 남쪽 한쪽의 북사면 언덕이 20년 전 넉넉한 필지에 드문드문 단독주택이 숲 속에 있는 모습이었다면 이제 각각의 필지에 작은 공동주택들이 들어서 규모와 밀도가 커져버린 전혀 다른 모습의 동네로 바뀌고 있었다.

먼저 대지와 마찬가지로 북사면의 급경사의 대지는 삼각형모양으로 고저차가 8m 이상이다. 주변은 외국인학교가 언덕 위에 버티고 있고, 서쪽으로는 잘 자란 참나무, 아카시아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길을 따라 언덕 아래로는 '연희동 공동주택-1'이 내려다보이고, 길 위로는 몇 년 전에 지은 한 채의 연립주택이 성곽 같이 올려놓은 인공의 대지 위에 우뚝 솟아 있었으며 길 건너 쪽으로 낮은 주택이 이어져 있다. 연희동을 커다랗게 빙 둘러싼 언덕으로 녹음이 시원하게 이어져 한 눈에 들어오고, 언덕 아래로 펼쳐진 마을이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곳이다. 좋은 풍경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급한 경사와 동쪽, 남쪽이 언덕으로 대부분 가려져 있는 점을 극복해야만 했고, 먼저 지은 공동주택과 이어져 기존의 마을과 어떻게 어울리게 만들 것인가 고민하여야 했다.

먼저 지은 공동주택이 건축주가 정해진 주문주택으로 시작되었다면, 새로 짓는 공동주택은 분양을 목적으로 짓게 되었다. ‘연희동 공동주택-1’이 3층 건물에 네 집을 만들고, 서로 잘 아는 건축주끼리 교류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 당연한 필요가 있었다면, 새집은 한 층을 한 집에서 모두 사용하게 만들고, 길에서 깊게 들어간 삼각형 대지에 맞게 집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의 여유 있는 공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대문이 감싸안는 작은 마당을 건물입구에 만들었다. 언덕길 위쪽으로 대문을 내어,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본 건물과 떨어진 한편에 배치하고, 우뚝 솟은 엘리베이터 타워와 2, 3층의 세대 입구로 이어지는 브리지를 만들어 담장에서 이어지는 대문이 당당한 모습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입구의 마당은 계단, 브리지, 엘리베이터 타워, 본 건물, 위쪽의 기존 연립주택의 기단으로 감싸여 아늑한 느낌이 들고, 건물과 기존 연립주택 사이 부분이 녹색의 계곡이 되어 언덕위로 이어지는 모습이 잘 보이는 곳이다.

길 건너 단독 주택이나, 넓지 않은 동네 길의 스케일과 어울리게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건물을 감싸안은, 길이 60m가 넘는 담장은 몇 개의 조각으로 높이에 따라 나누어, 주변의 1층, 2층의 주택과 비슷한 높이로 느껴지게 만들고 두셋의 켜를 거쳐 뒤쪽으로 본 건물이 힘차게 올라선 모습이 되게 하여, 주변 언덕의 흐름을 덩치 큰 새집이 깨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떨어져 전체 건물을 보아 넓은 기단 위에 두 개의 건물이 솟아있는 큰 건물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기도 하였다. 동네와 어울리기도 하면서 자신도 주장하는 방법을 찾는 서로 다른 요구에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되었지만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앞길과 이어지는 입구 마당과 대지의 경사를 고려하여 1층 높이를 정하여 3층의 연립주택을 올렸다. 1층 기단 아래는 지하1층에 한 세대를 더 만들고, 공동의 주차장은 지하2층에 만들었다. 언덕길의 낮은 곳에서 비슷한 높이로 들어가는 지하주차장은 각 세대까지 엘리베이터로 연결된다. 지하층의 세대는 언덕아래와 길 쪽으로 열려져 있고, 별도의 입구와 계단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독립된 집이 되도록 만들었다. 지상의 연립주택은 각층이 비슷한 평면으로 되어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높아지는 대지에 맞게 각층의 평면은 3개의 단으로 나눠진다. 입구가 있는 낮은 단에는 현관, 입구 홀, 두 개의 자녀방, 화장실이 들어간다. 중앙부분의 단은 중요 생활공간인 거실, 식당, 부엌, 메이드룸, 욕실, 서재와 같은 방이 들어간다. 제일 높은 단에는 주인침실, 옷방, 욕실, 화장실, 세면실과 같은 주인부부 만의 방을 배치하여 독립된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도록 한다. 각각의 단은 주택의 기능들이 높이 차이가 나는 세 개의 단으로 자연스럽게 구별되도록 만들었다. 중앙부분의 복도는 주택의 등뼈와 같은 역할을 하게되는 통로로 세 개의 단을 가로 지른다. 통로의 양쪽 끝은 외부로 열려있어 항상 밖의 풍경을 보며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며, 외부에 별도의 독립된 발코니를 갖게 만들었다. 상부 층은 좋은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목재데크의 발코니들이 붙어있고, 1층은 지하세대의 지붕을 여유 있는 목재데크의 마당이다. 마당은 같은 높이의 주변 녹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었다. 2, 3층 세대는 급경사의 언덕과 바로 마주하여 주변에 잘 자란 나무를 항상 눈 높이에서 함께 할 수 있게 만들었다. 3층 세대는 경사지붕과 옥탑층을 입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여유 있는 집이 되었다.

건물의 외관과 외부재료, 부분 상세들은 '연희동공동주택-1'의 것들이 그대로 이어져 한 단지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권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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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1999003 연희동공동주택I
W1999004 연희동공동주택II
W0000005 ARCHINUDE 연희동 공동주택 - 인터뷰
T2000012 KBS NEWS 2000년 11월 29일 아침 9시 30분 NEWS (연희동 공동주택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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