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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999006 공간 1999-10 진정한 건축공간 만들기 - 일산22412주택, 일산온누리선교교회 비평    1999

진정한 건축공간 만들기 - 일산22412주택, 일산온누리선교교회 비평

이상호 /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건축공간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공간은 존재하였다. 」
「마침내 , 사람들은 그 공간을 오려내어 건축공간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다. 」
「그리고, 사람들은 그 잘라낸 공간만이 건축공간이라는 착각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

공간은 아무리 나눈다 해도 본래 하나의 공간으로서 존재한다. 밀폐되어 있는 공간도 개방되어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갖는 것이다. 당연히 어떠한 공간도 그 자체만으로는 성립될 수 없으며, 그 주위의 다른 공간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립되어질 수 있다.
무한한 공간을 오려냄으로 해서 건축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다만 건축공간이 그 오려낸 부분에만 집착함으로해서 발생된 이기적인(?) 건축공간이 불만일 뿐이다.
결국 건축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오려내어진 공간과 오리고 남은 공간 모두가 건축적으로 다루어질 때 진정한 건축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 설계를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은 아무리 외부공간의 중요성을 일러주어도 결국은 건축물의 표피와 그 안의 내부공간에 집착한 결과물을 제출하고는 만다.
그리고 그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차로 자신이 계획하는 건축물의 주위공간에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하며, 건축이 그 자체만의 조형적인 완결이나 내부공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주변의 공간과 주위의 건물들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듯하다.
다시 말하자면, 건축물의 표피와 내부에만 집착하는 단계에서 대지와 건축묵의 관계 즉, 내부공간과 외부공간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단계로, 그리고 마침내 도시공간 속에서 그 건축불을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라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근대건축에서 현재에 이르기 까지의 진행을 공간구성의 변천을 통해서 생각해 보면, 근대건축은 주로 개개의 건축내부에서 완결된 공간구성을 행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 왔으며, 현대건축으로 올수록 그 주안점이 건축내부공간으로부터 건축외부공간으로 확장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현대건축은 어떻게 하면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상호 관입을 가능하게 하고, 외부공간까지 건축공간을 확대시켜 갈 것인가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온 것이다 그리고, 도시에 있어서 개개의 건축의 공간구성은 그 내부공간 및 외부공간에 의해서 성립되고 동시에 건축은 주변의 도시공간과의 관계 위에서 성립한다.
현대건축의 기초를 만든 거장들은 각각의 건축적 철학에 의해 건축의 내외공간의 일체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라이트(F. L. Wright)는 건물의 코너 벽을 세거하여, 실내공간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반들어 내었고, 그는 외부의 자연과 실내공간을 직접 연결시켜 무한히 펼쳐지게 하였다. 코르뷔제(Le Corbusier)가 제안한 도미노 시스템(Domino System)이나 필로티는 상자를 구성하는 뱍체 그 자체를 골조구조에 의해서 개방시키는 것이었으며, 그로 인해 그의 건축은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옥상정원 등을 통해 외부환경과의 관계를 맺고 있다. 미스(Mies van der Rohe) 또한 가장 철저한 '상자 부수기'로, 그가 이상으로 하는 공간의 이미지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었으며, 슬라브(slab)와 지붕 이외에는 벽체도 기둥도 최대한으로 배제된 공간을 목적으로 하여(Less is More), 건축의 내외공간사이에 투명성이 강조된다. 그의 건축에서는 기둥, 슬라브, 벽이라는 건축공간을 구성하는 제 요소는 모두 분리된다.

이렇게 제각각의 표현 방법은 달라도, '상자부수기'에 의한 건축의 내외부공간의 상호관입이라는 것은 그들의 공통 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들 거장의 시대를 거친 현대건축은, 이후 외부공간의 의식적인 구축과 함께, 점차 그 비중이 내부공간에서 외부공간으로 이행되어 왔으며, 또한 건축의 외부공간은 내부공간과의 상호관입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도시공간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건축 내부공간과의 접점공간으로서 위치되어져 왔다.

건축가 권문성씨의 2개의 작품, <일산22412주택>과 <일산교회>를 둘러보고 제일 먼저 느낀 것은 그가 작은 공간을 크게 만들어 가고 모든 공간을 차별하지 않고 섬세하게 배려하여 설계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그 안에 거주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다양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흐름이 있는 공간구성을 보인다.
<일산22412주택>은 주변의 다른 주택과는 달리 눈에 뜨이는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특별히 강한 색채나 형태도 없어 그 덕분(?)에 잡지를 통해 여러 번 눈에 익혀두고 대략의 위치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한 번 지나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그 주택은 주택전시장과 같이 변해버린 정발산의 주거전용지역에서 조용히 비켜나 있는 듯이 공공녹지에 가려 있었다. 주택은 육면체 상자의 가운데 부분을 파내어 ㄷ자 형의 배치로, 그 파낸 부분에 자그마한 마당이 있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모든 공간이 그 마당을 향해 배치된 전통적인 한옥주거의 배치개념을 기본으로 하였고, 좁은 마당을 외부로 활짝 열어놓음으로써 전면의 공공녹지를 수용하였으며 한발자국 더 나아가 도시공간 속으로 확산시켜 놓았다.
그는 모든 공간을 외부공간에서 시작하고 있는 듯했다. 모든 공간은 외부공간과 관계되어 있어 마치 외부공간 사이에 내부공간을 끼위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외부공간 - 내부공간 - 외부공간의 반복교차로 내부의 어디에서도 시선은 외부와 맞닿아 있으며, 때로는 외벽의 재료가 실내에 그대로 연장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내부공간에서의 공간감은 실재 이상으로 크게 느껴진다. 즉 내부공간을 외부로 발산시키며 외부공간을 내부로 수렴시켜 자기 것으조 만들며, 나아가 그 외부공간을 도시공간 속으로 확장시켜 모든 공간을 일체화시키고 있다. 또한, 외부공간의 끌어들임은 수직적으로도 응용되어 마당에서 올려다 볼 때의 사유화된 하늘공간이나, 일산교회에서는 본당으로 내려가는 계단 공간의 중간중간에서 딴듯한 사각형으로 잘라낸 하늘을 소유하게끔 하였다.

그의 건축은 흐름을 전제로 한 공간구성을 하고 있다. 그의 건축에는 정지와 움직임이 적당한 간격으로 일어날 수 있는 공간배치와 그 사이사이에 외부로 시선을 던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주택에서도 흐름은 발길을 되돌리지 않고도 주택 내부의 어디든지 자연스럽게 갈 수 있었으며, 교회의 경우도 지하의 본당에서 옥상 야외예배공간까지의 수직적 흐름 속에 공간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게 차있다.
이러한 흐름을 원칙으로 길이라는 개념과 골목길과 같은 체험이 가능하게 하려고 하였고, 또한 하나의 공간을 여러 방향에서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그 흐름은 지루하지 않게, 그의 작품속에는 항상 시선의 방향과 무엇을 볼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가 궁리되어져 있다. 퍼져있는 시야를 하나의 틀로 잘라내어 그곳에 담을 그림을 고려하기도 하고, 벽과 벽의 틈새를 이용하여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하고, 하나의 공간을 넘어 보이는 저편에 어쩐 볼거리를 가져다 놓을 것인가 고민한 추적이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 그것은 외부공간과 관계지워져 있다. 그곳에는 건축적, 도시적 외부공간과 그리고 자연이 있다.

지루하지가 않다.
또한, 다양한 공간의 창출을 위해, 하나의 공간에서 이어지는 다음 공간에의 기대, 하나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보이는 건너편 공간에 대한 배려라든가, 대소의 스케일을 대비적으고 적용하여 각각의 스케일을 한층 강조하고, 도시적 스케일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낮은 지붕의 대문과 현관의 높은 캐노피, 주택이나 교회의 옥상에서 내려다 보는 도시적 공간감, 비좁게 느껴지는 통로, 거인이 되어 만져볼 수 있는 키 큰 나무의 잎사귀 등등...
곳곳에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수 많은 공간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건축가 권문성의 작품은, 외부공간과의 적당한 시각적인 교류를 통해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공간을 한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에시 체험할 수 있도록 길의 개념을 건축공간에 응용하고 있다.
권문성의 건축은 언제나 외부환경을 향해 열려져있다. 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외부환경에 대해 너무 폐쇄적인 태도를 취해 온 것 같다. 그리고 무관심해져 버렸다. 결국 외부환경은 버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버림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는 건축을 안에서부터 밖으로 디자인하는 것만큼 밖으로부터 안으로도 디자인하려고 한다고 했었다.
자신의 세계에만 몰두하면 그 세계는 점점 작아지기 마련이다. 건축공간도 마찬가지로 건축의 내부에만 머무르면 그 공간은 점점 축소되어져 결국에는 옹색해지고 초라해진 건축의 내부공간만이 남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내부공간이건 외부공간이건 본래 하나의 공간이 아니었던가?


이상호

도시의 외부공간에 대한 연구논문을 다수 발표해 온 필자는 1954년생으로,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오오사카 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부터 94년까지 서남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현재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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