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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02008 공간 2002-10 안성맞춤박물관    2002

안성맞춤박물관 설계소묘

38번 국도를 따라 안성시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잘 자란 나무로 가득한 언덕에 안성맞춤박물관이 들어섰다. 이제 우리도 작은 도시마다 그 도시만의 자랑거리를 담아내는 박물관을 갖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안성맞춤박물관은 안성유기의 전시를 중심으로 안성평야의 풍요를 담는 농업역사관, 향토사료실과 같은 전시실과 특별전시실 역할을 하는 중앙대 홍보전시관, 세미나실, 화상정보실, 수장고, 관리실 등을 갖추고 있다. 여느 지방의 작은 박물관이 그렇듯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을 것 같은 전시품목은 한 번 정도의 방문으로 박물관에 담긴 대부분을 단번에 알게 되어 특별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마치 더 이상 박물관을 갈 필요가 없는 것처럼 느끼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박물관에 간다는 것은 박물관에 담긴 멋진 전시품과 만나는 즐거움이 가장 큰 기대이기 보다는, 오히려 더 큰 기쁨은 방문객 마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고 이제부터 문화인이 되어 박물관이라는 문화시설을 방문하여 생활의 여유와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설레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한 번 방문하고 나서도 또 즐겨 찾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즐거운 산책이 있는 곳, 휴식과 사색의 벤치가 있는 곳, 아이의 손을 잡고 가족과 함께, 또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싶은 곳, 그런 일상의 여유와 행복함을 담아내는 박물관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 가를 고민하였다.

박물관은 뒤 언덕의 큰 흐름을 따라 감싸고도는 크림색 고령토 벽돌의 커다란 곡면 벽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다. 박물관의 전시실은 모두 그 벽 뒤에 있다. 곡면 벽 앞은 기존 자연 상태의 언덕 경사와 비슷한 흐름을 갖는 단형의 언덕이고 입구로 향하는 벽돌 벽을 따라서 경사로가 있다. 곡면 벽과 경사로 옆의 벽은 단형의 언덕을 감싸며 올라가 박물관 입구로 공간을 집중시키고 뒤편 숲으로 연속된 공간의 흐름을 만든다. 곡면 벽 건너로 중앙대 전시관을 놓아 입구 공간을 한정시키고, 두 건물을 콘크리트 슬라브로 엮어 입구 상부를 “ㅁ”자로 열어 놓았다. 언덕을 올라 입구로 향하며 두개의 구조 프레임을 통하여 하늘을 또 자연을 보며 올라가게 되고 돌아서면 언덕의 광장을 내려보게 된다. 입구에서 박물관 로비에 들어서면 콘크리트 루버의 천창으로 빛이 내려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앉을 수 있는 단이 연속되며, 자연지형의 높이와 맞춰진 건물내부의 중간 참에서 외부 데크로 이어지며, 후면의 커튼월을 통하여 숲 풍경이 로비에 가득 들어오게 된다. 또 문을 열고 뒤 숲으로 나갈 수 있다. 로비는 숲과 외부의 입구마당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외부의 느낌이 집안을 쓸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1층 전시실 내부에도 2층으로 직접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로비의 계단은 주로 2층의 전시실을 보고 내려오며 이용하게 될 것이다. 계단 옆의 단에는 단체로 방문한 유치원생, 초등학생이 관람을 마치고 모여, 선생님의 말씀도 듣는 곳도 되고 관람객이 편히 앉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로비를 중심으로 2층의 동선은 “ㅁ”자로 순환되는 동선이다. 또 2층 복도를 따라 밖으로 나가면 곡면 벽 끝자락의 커다란 개구부를 거쳐 박물관 중앙의 언덕 광장으로 천천히 내려오도록 되어있다. 또한 중앙대 전시관 옆으로 난 계단은 지하의 수장고, 관리실로 이어지고, 처음 계획엔 없었으나, 관에서 설계자와 협의 없이 만들어 놓은 커다란 주차장으로 직접 연결되는 동선이 되고, 이 또한 박물관 외부 이곳저곳을 다양하게 거닐 수 있는 산책로가 된다. 이처럼 건물의 외부 공간을 이어주는 통로들은 건물 내부의 관람동선으로 순환되고 또 이어지며 다시 몇 개의 다양한 외부 산책로로 이어지도록 되어있다.
중앙대 전시관의 지붕도 콘크리트로 된 루버형의 천창이다. 박물관 로비의 천창구조와 함께 루버 한쪽으로 콘크리트 물받이를 만들었고, 단순한 외관에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강한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1998년 설계를 시작한 안성맞춤박물관이 지난 2002년7월 말 개관하였다. 공공건물의 설계감리 용역에 대한 그릇된 관행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 겪었던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더 안타까웠던 점은 당초부터 감리용역을 설계자가 할 수 없게 되어있던 일이다. 또한 공사도중 시공사의 부도로 준비가 없던 시공사로 바뀌고 당초 계획에 없던 숲을 주차장으로 바꿔 전혀 다른 외관이 먼저 외부에 드러나게 된 점, 심의의 이름으로 건물과 관계없는 요소를 덧붙이는 일과 같은 일은 건축가가 단순히 건물설계만을 하는 것으로는 이 사회에 좋은 건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다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닫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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